녹색운동2009.04.27 18:47

 

내 마음의 불편한 기억 “새만금” 그리고 “살기 위하여”


올해로 5년차 환경운동가인 나.

이래 저래 많은 고민과 반성의 나날을 보내는 잔인한 4월.

2009 지구의 날 행사를 치루느라 새만금의 기억조차 제대로 떠오르지 못하는 나.

그래서 꼭 가야 한다는 것보다는 안가면 안 될 것 같아서 토요일에 새만금을 훌쩍 다녀왔다.


새만금만 떠올리면 마음 한 구석이 왠지 불편하다. 너무 많은 말과 너무 많은 눈물과 너무 많은 기억이 있어서 그런거겠지.. 얼마전 새만금의 기억을 영상에 담은 이강길 감독의  “살기 위하여”라는 영화가 세상에 나왔다. 그런데 세상의 반응은 여의도의 벚꽃축제보다 못한가 보다. 힘든 시기라서 그런지 과거의 우울한 기억을 다시 떠오르기는 싫은가 보다. 그래도 불편한 기억들을 다시 한 번 떠올릴 필요가 있다. 기억하지 못하는 역사는 되풀이 되기 때문이다.


밤기차를 타고 김제에 머물다 다음날 아침 부안으로 향하는 버

갯벌에서 사라진 조개는 사람들이 자주 먹는 쟁반자장에도 사라졌다.

스에 몸을 실었다. 부안 시내에 도착해 맨 처음 생각나는 곳이 바로 계화면 창북리에 있는 창북반점이다. 그곳에서 자주 먹던 해산물이 듬뿍 담긴 쟁반짜장이 생각나 갔지만 새조개와 많은 해산물이 듬뿍 담겨 있지 않아 아쉬운 마음을 부안의 뽕주로 달랬다.




계화도를 갈까 말까 한참 망설이다.

기존 갯벌을 간척해 만든 논에는 유채꽃이 심겨져있다. 새만금간척지에 농지대신 공장과 골프장이 들어설 계획이다.

그래도 이번이 마지막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시 버스를 타고 계화도로 향했다. 간척지인 계화도 논에는 유채가 심겨져 곳곳에 노란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잿빛 하늘과 노란 유채가 대비를 이룬 것이 좀 거시기 하더군요..

버스에서 내려 '그레‘로 향하는 길.. 혹시나 아는 주민들과 마주칠까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이유는 그 곳 주민들이 현재 힘겹게 살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난 그곳에서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냥 힘들면 떠날 수 있지만, 그 주민들은 갯벌생명들의 죽음과 함께 그 힘겨움을 고스란히 삶으로 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분들에게 난 그냥 한낱 뜨내기 약장수와도 같았을 뿐이다.

잠겨진 문 사이로 보이는 그레 내부,,새만금과 함께 한 사람들의 사진이 벽에 걸려있다. 바래진 기억과 함께 내 얼굴도..


그레의 문은 잠겨있고.. 상수도 요금 체납 스티커만 덩그러이 붙어 있었다. 창문 사이로 보이는 벽 쪽에는 새만금과 함께 한 사람들의 사진이 보인다. 한 쪽에 녹색연합 신입활동가 시절에 처음 가서 찍었던 내 사진을 보니 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갯벌로 일하러 가는 아낙들이 타고 다니던 경운기에는 이제 짐을 실은채 서있다.


찬 바람을 맞으며 터벅터벅 살금갯벌로 향했다.

살금갯벌에 다시 세워진 짱둥어. 죽어간 생명들의 위령비 같은 모습이다.

이제는 더 이상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는곳.. 이제 그곳은 이제 더 이상 갯벌이 아니다. 농게. 칠게가 있던 곳에 염생식물이 자리를 잡고 곳곳에 고라니가 뛰어놀던 발자국이 보인다.

살금갯벌에 최병수 작가가 만들어 놓은 짱둥어 나무인형은 최근에 누군가가 다시 세워놓은 흔적이 보인다. 짱둥어, 새, 물고기, 그리고 사람,, 갯벌은 그 모든 생명이 다 살아갈 수  있는 땅이 었는데.. 지금은 오직 사람만이 이용할 수 있는 땅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방조제 공사로 사라진 해창석산을 또 파헤치다.


다시 부안으로 나와 편의점에서 따스한 차 한잔 마시고 이제 해창갯벌로 향했다. 내리자마자 보이는 것은 도로를 넓히고 방수제를 쌓기 위해 해창석산을 다시 부수고 있는 장면이었다. 육지의 살을 깎아 그 살로 다시 생명의 바다를 메우는 일. 자연을 두 번 죽이는 이런 짓을 다시 시작하다니.. 오래전 해창석산에 매달렸던 선배의 모습이 잠시 머리를 스쳐간다.


해창갯벌의 장승들은 갯벌에 뿌리를 깊게 박고 우뚝 서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새만금이 점점 잊혀지듯이.. 방문한 사람들이 천에 적어놓은 글귀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너무나 색깔이 바래져 있어 최근 누군가 다녀가 흔적을 남기기 위해 과거에 사용했던 선명한 새만금 손수건을 묶어두고 왔다. 

다시 만나자는 약속은 지키지 못해서. 다시는 이런일을 생기지 않게 하자는 약속도 하기 어렵다.


점점 죽어가고 있는 친한 친구의 병문안을 다녀온 기분이다. 그친구는 너무나 오랜만에 달려와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나에게 아무런 말없이 그냥 가벼운 웃음하나 지어주었다. 너를 잊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하겠다 말.. 너를 아프게 한 저들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말..

더 이상 너처럼 아픈 일들을 막아내겠다는 말.. 너의 아픔을 통해 내 자신을 더 돌아보겠다는 말.. 어쩌면 그런 말과 마음들이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살아내지 못한  불편한 마음의 짐을 조금 덜기 위해 다녀온 것인지도 모른다.

바람에 휘날리는 흐르게 하라~물도 바람처럼 흘러야 하는데..


이러한 불편한 마음을 가슴에 담고 다함께 ‘살기위하여’ 오늘도 그냥 산다.

녹색의 빛을 내 안의 어두운 구석을 비추면서...

2009년 총회 박영신 대표님 글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봅니다.


오늘 우리는 그 빛 앞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치켜들었다고 하는 빛을 제대로 비추고 있는지 스스로 새김질합니다. 녹색 생명을 위해 무엇을 했으며 얼마만큼 했으며 어떻게 했는지 그 빛을 우리를 향해 비춥니다. ‘녹색’의 이름을 내걸고는 회색의 개발과 성장으로 나아가는 저곳과 마찬가지로 이곳 녹색연합도 그 빛을 피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과연 조직의 이기성과 편의성으로부터 자유로웠는지, 운동의 강령보다 운동 조직의 이익을 앞세우지는 않았는지, 운동의 깃발 밑에 자기 편익을 구하지는 않았는지, 그 빛으로 우리를 비춥니다. 하여, 오늘은 우리가 그 빛 앞에 무릎을 꿇고 우리의 모자람을 살피는 날입니다.

 

 

갯벌의 모든 생명이 사라져야 알 수 있는 것일까? 불편하지만 다시 토해내야 할 기억들이다. 영화보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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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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